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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영화 해석하며 살펴보기 (정의, 권력, 사회비판)

by papa1000 2025. 12. 13.

베테랑 영화 포스터
베테랑 영화 포스터

영화 ‘베테랑’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폭력을 통쾌하게 풍자한 범죄 액션물로, 유쾌함과 사회 비판을 동시에 담아낸 대표적인 상업 영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베테랑'의 서사 구조, 정의 구현의 방식, 그리고 현실 사회의 권력 구조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에 대해 깊이 있게 해석해 봅니다.

정의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베테랑’에서 가장 강하게 부각되는 주제는 ‘정의’입니다. 영화는 도입부터 경찰 수사팀의 정의감 있는 태도로 시작되며, 주인공 서도철(황정민)의 캐릭터는 관객이 상상하는 ‘현실 속 정의로운 경찰’의 이상형으로 그려집니다. 서도철은 완벽한 이상적 인물은 아니지만, 법과 원칙보다 사람의 정의감을 중시하는 인물로, 이러한 성격은 영화 전반의 전개를 이끌며 강한 몰입감을 형성합니다. 영화의 갈등 구조는 경찰(공권력)과 재벌 3세(사적 권력)의 대립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서도철은 조태오(유아인)의 범죄를 목격하고 수사에 착수하지만, 조태오가 가진 막대한 재력과 인맥은 수사 진행을 번번이 막아섭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정의 구현이 단순히 ‘옳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싸우는가’의 문제라는 점을 체감하게 됩니다. ‘베테랑’이 탁월한 점은, 단순히 조태오를 ‘악당’으로 만들지 않고, 그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조태오는 법망을 피하고, 권력을 이용해 타인을 폭행하고도 처벌받지 않는 인물로 그려지며, 이는 현실 속의 권력 불균형을 상징합니다. 반면 서도철은 정의감을 기반으로 집요하게 수사하고,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권력에 균열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정의는 영화 속에서 영웅 한 명의 통쾌한 액션이 아니라, 끈질기고 집단적인 연대, 그리고 시스템 밖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베테랑’은 정의를 보여주기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게 구현되는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 과정의 리얼함은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조태오’라는 인물을 통해 본 권력의 실체

조태오는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는 ‘권력 그 자체’로 기능하는 캐릭터입니다. 재벌 3세로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며, 그 믿음을 행동으로도 증명합니다. 그는 공권력 위에 군림하고, 사회 규범을 비웃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폭력조차 서슴지 않습니다. 그가 가진 권력은 단순히 금전적 자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검사, 정치인, 기업 고위층, 언론까지 조태오의 뒤를 봐주는 세력으로 묘사됩니다. 그는 스스로 ‘위에 있는 자’라고 착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실제로 ‘위에 존재’합니다. 이런 묘사는 단순히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관객에게 ‘우리가 사는 사회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조적 메시지를 던지는 장치입니다. 조태오의 캐릭터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재벌 갑질 사건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관객이 ‘이건 영화다’라고 거리 두기 하기 어렵습니다. 그의 폭력성과 냉소, 그리고 법 위에서 군림하려는 태도는 실제 뉴스를 연상케 하며 관객의 분노를 이끌어냅니다.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서도철은 말 그대로 바닥에서 뛰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 바닥이 쌓여 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영화는 후반부에 명확히 보여줍니다. 정의의 승리는 쉽게 오지 않으며, 권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베테랑’은 이러한 권력의 실체를 은유가 아닌 ‘그대로의 얼굴’로 보여주며, 우리가 그 권력에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를 직시하게 합니다. 권력은 얼굴이 없다고 하지만, 조태오는 그 얼굴에 실체를 부여한 인물입니다. 그는 거짓 미소를 짓고, 사람을 죽이고도 죄책감이 없으며,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타인의 인생을 가볍게 희생합니다. 그런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 오락 속 풍자

‘베테랑’은 장르적으로는 액션 코미디 범죄물입니다. 유쾌한 장면, 시원한 액션, 통쾌한 명대사 등 오락 요소가 충분하지만, 그 안에 담긴 풍자와 사회 비판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영화는 단지 나쁜 놈을 잡는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나쁜 놈들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언론, 사법, 정치 권력과 대기업의 유착 구조는 영화 곳곳에서 암시됩니다. 수사가 막히는 이유, 내부고발자가 고립되는 과정, 검찰이 사건을 덮으려 하는 장면 등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반복되어온 일들이기 때문에 더욱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관객이 ‘베테랑’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평소 억눌려 있던 현실을 대리적으로 해소해 주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우리가 실제로 하지 못했던 말을 서도철의 대사로 대신해 주고, 우리가 감히 다가갈 수 없었던 권력자에게 펀치를 날립니다. 이것은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넘어,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문제의식을 전달합니다. 또한 영화는 정의로운 경찰 개인의 고군분투보다는, 집단적 연대와 협업의 힘을 강조합니다. 팀원들이 함께 수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모습은 ‘정의는 한 명이 이룰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대한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개인의 용기만이 아니라, 다수의 공감과 참여입니다. 우디 앨런이 “코미디는 비극의 거리감이다”라고 말했듯이, ‘베테랑’은 유쾌함 속에 사회의 비극을 녹여냅니다. 그리고 관객은 웃는 동시에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것이 ‘베테랑’이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발언으로 기억되는 이유입니다. ‘베테랑’은 사회의 권력 구조를 유쾌하게 풍자하며, 동시에 진지하게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단순한 액션 코미디의 틀 속에서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권력의 민낯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조태오의 세상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자문하며, 이 영화를 통해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